기후위기를 위한 게임 만들기 그 첫 걸음
Webzine #1 JOYFUL
Article #2
김지현
수강신청 중 발견한 흥미로운 수업 제목
기후 위기를 위한 게임 만들기? PaTI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에서 수업을 신청하면서 흥미로운 수업을 발견했다. PaTI에 재학하는 나는 많은 수업을 들었지만 이것만큼 재 미있는 수업 제목이 있을까 생각했다. 기후 위기라는 무겁지만 관심 있는 주제를 게임 이라는 재미있는 매체로 풀어낸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고 바로 수강신청 버튼을 눌렀다.
수업은 영국 리버풀에서 활동하는 정화영 사회참여미술작가, 이소영 프로듀서와PaTI 학생들끼리 팀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학생들은 기후 위기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공유했고 다양한 경험과 관점에서 기후 위기를 바라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수업에 참여한 한 학생은 기후 위기에 관심이 많지만 기후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변화에 회의 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한 개인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말하거 나 기후 위기는 민주주의를 축소하고 회피하기 쉬운 주제라고 이야기하는 학생도 있 었다. 전반적으로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모였지만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문 제 앞에서 무력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 또한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으로 수업 에 신청했지만 기후위기를 생각하면 막막했다. 미래에 극단적 기후 변화 (산불, 폭염, 홍수, 해수면 상승 등등..)로 뒤덮인 땅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기후 위기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도 여럿 접해서 일부 실천도 해보았 다. 하지만 식당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들과 마트 진열대에 끝 없이 있는 포 장된 제품들을 보면 ‘개인적인 실천’이 의미가 있나 싶었다.
어찌 되었든 이 수업에서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게임을 제작해야 했다. 게임을 디자인 하는 목적을 서로 얘기하면서 맞추어 나아갔고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을 게임 플레이의 목적으로 정했다. 게임의 배경은 2030년 파주로 설정했다. PaTI 가 파주출판 단지에 있고 학생들이 가장 익숙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생명다양성재단 의 연구원과 파주출판 단지 안에 있는 근린공원을 탐방하며 파주의 생태계를 둘러 보 기도 했고 리서치를 통해서 기후 위기와 파주의 미래에 대해 상상해 보기도 했다.
게임을 통한 사고전환?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정화영 작가가 준 미션이다. 게임을 통해 기후 위기에 관심이 없 던 사람들이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사고전환을 목표로 해야 했던 것이다. 게임을 통한 사고 전환을 이끌어내는 것은 수업에 참여한 모든 학생들한테 만 만치 않은 과제였고 설계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한 번은 학생들끼리 보드게임을 해보는 것이 작업을 위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 집에 있는 ‘차오 차오’라는 보드게임 을 수업에 가져간 적이 있었다. 서로를 속이면서 상대방의 심리를 잘 파악해야 하고 플 레이어 간 상호작용이 많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학생들끼리 둘러앉아 게 임을 시작하니 강의실의 분위기가 180도 변한 것처럼 느껴졌다. 모두가 ‘차오차오’ 게 임 안의 정글에 들어가 다리를 건너는 하나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집중하고 몰입했 다. 그리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실패나 성공을 마주쳐도 모두 즐거워하며 웃기만 했 다. 게임을 마친 후 나는 게임이 가지고 있는 형용할 수 없는 힘을 느꼈다. 조금 과장하 자면, 마치 외부 세계와 단절되어 다른 시공간에 잠시 다녀온 온 경험을 한 것 같았다.
“마치 외부 세계와 단절되어 다른 시공간에 잠시 다녀온 경험을 한 것 같았다”
[게임:행위성의 예술]의 저자 티 응우옌은 게임은 인간이 결정하고 행위 하는 능력인 실천성과 관계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고유한 예술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 은 게임 안에서 현실에서처럼 의사결정을 하고 행동할 수 있으며 장애물에 부딪힌다. 다만 현실은 시공간이 한정되어 있으며 개인이 결정하고 행동 했을때 발생할 수 있는 변수가 너무 많고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가령 모바일 게임 ‘길건너 친구들’처럼 도로 를 건너야 하는 운명을 짊어진 닭이 되어 달려오는 차들을 피해 최대한 멀리 가야하는 미션은 사람이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다. 만약 닭이 되었다고 해도 실제로 로드킬 을 경험한다면 고통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게임 안에서 이 모든 도전과 실패는 여러번 허용되고 부담이 덜 하다. 티 응우옌은 게임에서 고투(struggles)는 고투하는 플레 이어(struggler)에게 흥미롭고 심지어 재미있고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게 임의 목표와 가치는 현실과 달리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 안에서 는 현실에서 추구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잠시 벗어날 수도 있다.
이렇듯, 게임은 미래를 실험하고 시뮬레이션하는 장이 될 수 있다. 게임의 장애물은 ‘기 후 위기’그 자체가 될 수도 있고 인간 중심적인 관점으로 살아온 우리 자신을 장애물 로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후위기 게임 만들기’ 수업에 이어 ‘즐거운 곤란’ 프로젝 트에 참여하는 나는 팀원들과 이러한 사고의 전환이 게임을 통해 가능한지 구상하고 실험 중이다. 10월 마포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리는 ‘탱크예술제’에서 우리가 만든 게임 을 즐긴 사람들의 후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즐거운 곤란
Joyful Trouble
생명다양성을 위한 게임 페스티벌
즐거운 곤란(Joyful Trouble)은 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공예술사업 선정 프로젝트로 우리가 마주한 기후위기의 곤란함 안에서 즐겁게 함께하는 방법을 찾는 공공예술 프로젝트입니다. 도시의 생명다양성을 큰 주제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묻고, 움직이고, 상상하며 ‘보드게임’과 ‘놀이’라는 즐거움으로 풀어냅니다. 놀이와 게임은 접근성이 높은 문화적 산물로 기후위기의 곤란함을 해결하며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고리가 됩니다.
Joyful Trouble is a Arts Council Korea funded public art project exploring how to stay with the troubles of the climate crisis through collective joy. Examining the biodiversity in the city we live in, we collaborated with people from many fields to ask, move, dream how to thrive together by playing games. Play and games are highly accessible cultural activity that creates a magic circle to interrogate collective solutions to the climate emergency with a broad range of peo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