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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의 이동을 상상하기

Webzine #2 TROUBLE
Article #6
이소영

대안의 이동을 상상하기


 여행 심리학의 핵심적인 개념은 바로 욕망입니다. 바로 이 욕망이 인간에게 이동성과 방향성을 부여하고 어딘가로 향하려는 성향을 일깨웁니다. 욕망 그 자체는 무의미합니다. 그저 방향만을 가리킬 뿐, 목적지를 드러내진 않으니까요. 목적지는 신기루 같은 것이고 불확실한 것입니다. 가까이 가갈수록 더욱 애매해지고 수수께끼 같아집니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목적지에 다다르거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이러한 고군분투의 과정을 요약하는 딱 한 마디는 바로 ‘~로 향하는’을 뜻하는 전치사, 그러니까 영어로 바꾸면 ‘towards’와 같은 전치사입니다(Tokarcuzuk, 2007: 86)(1). 

(1) Tokarczuk, O., (2007). Bieguni. 최성은(역) (2019). 방랑자들. 서울: 민음사.

  비행기, 고속철도 등으로 숨 쉬듯이 당연하게 연결되어 있던 도시와 국가의 이동은 팬데믹으로 단절되었다. 올가 토르가추크(Olga Tokarczuk, 1962~)가 『방랑자들(Bieguni)』 (2007)에서 그리는 유랑하고, 경계를 넘나드는 길 위의 군상들은 팬데믹을 거치며 과거의 감각 안에 멈추어 섰다. 자유로운 여행과 유랑이라는 낭만이 과거의 것이 되어버린 이 감각을 다시 상기 해 보자. 

  재택근무와 화상 회의 등 이동과 접촉 없이 일상을 이어가는 뉴노멀(new-normal)은 인간 없는 지구를 상상하게 한다. 인간의 활동이 멈춘 도시로 야생 동물들이 거리로 나왔고, 인간의 활동이 기후 위기에 미치는 영향은 비로소 인간이 활동을 멈추자, 역설적으로 더 가시화되었다. 교통 통신의 발달로 해상 및 항공운송, 광학 케이블, 인터넷 등으로 전 지구는 촘촘하게 연결되어 자본주의를 ‘가속화(Harvey, 1990)’ 안에서 전 지구적 연결과 인프라 구축으로 더 저렴해지는 이동과, 다국적 기업의 강압적인 세계 체제하에 COVID-19로 자본주의와 ’상호 연관되어 있는 생태적, 역학적, 그리고 경제적인 취약점들‘이 직접적인 위기로 드러나고 있다(Foster, Suwandi 2020)(2).

(2) Foster, J. B., Suwandi, I., (2020). COVID-19 and Catastrophe Capitalism: Commodity Chains and Ecological-Epidemiological-Economic Crises. Monthly Review, 72, 1-26. 김요욱, 장대업 (역) (2021). 코로나19와 재앙 자본주의 상품사슬과 생태적-역학적-경제적 위기. <마르크스주의 연구>, 18권 2호, 48-79.

  팬데믹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이 요구하는 생산과 소비가 중단되자 일상의 안온함에 가려져 있던 생태적 위기는 제국주의, 자본주의 체제 아래 생태적 착취와 수탈로 인한 기후변화와 기후 위기 등 생태 담론의 긴급함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맥락에서 어떻게 이동하고, 교류해야 할까? 즐거운 곤란(Joyful Trouble)은 세계적 유행 전염병 기간 동안 서울과 리버풀을 오가며 진행되었다. J.K. 깁슨 그레이엄(J.K. Gibson-Graham)은 지구화를 상품 넘어 의미의 생산, 순환, 소비 모든 과정에 자본주의가 침투하는 과정으로 보았다. 전 지구적 인프라망 안에서 국가를 오가는 항공여행을 통한 비즈니스 여행은 성공적인 프로젝트 수행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었지만, 기후 응급상황(climate emergency)인 2024년, 대안의 이동을 고민해야한다.


1. 기후위기와 자본주의

  ‘인류세(Anthropocene)’는 인류가 지구의 지질과 생태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시기를 의미하는 새로운 시대 개념이다. 2000년대 초 노벨상을 수상한 대기 화학자 파울 크뤼천(Paul Crutzen, 1933~1921)과 생물학자 유진 스토머(Eugene Stormer, 1934~2012)는 인간 활동이 지구에 미친 심오하고 지속적인 변화를 강조하기 위해 이 개념을 도입했다.

  크루첸은 자연적인 과정과 사건에 의해 정의되는 ‘홀로세(Holocene)’과 같은 지질학적 시대를 지나 인간 활동, 특히 산업화, 도시화, 삼림 벌채, 화석 연료의 연소가 환경 변화의 주요 동인이 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Steffen, Grinevald, Crutzen, and McNeil, 2011)(3). 이로 인해 대기, 해양, 육지가 변화하여 지구의 전반적인 상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COVID-19,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같이 21세기 유행하는 감염병들의 절반 이상은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으로 나타났다(UN, 2020). 이는 인간의 생태 파괴에 자연 착취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인간에 의해 동물 서식지가 침탈당하면서,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촉 빈도가 증가하고, 공장식 축산으로 감염병 발생 시 가축 살처분으로 인해 침출수 오염 등 상태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원인으로 인수공통감염병 출현 주기가 단축된 것이다(하승우, 2020)(4).

(3) Steffen, W., Grinevald, J., Crutzen, P. and McNeil, J. (2011). The Anthropocene: conceptrual and historical perspectives. Philisopbical Transactions: Mathematical, Physical and Engineering Sciences, 365, 842-867. 김찬종 (역) (2022). 인류세: 개념적, 역사적 관점. 서울: 한울아카데미
(4) 하승우 (2020).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삶과 생태사회주의. <문화과학사>, 103, 97-116.

  감염병 외에도 산불, 이상기온, 홍수, 지진 등 지구는 기후 위기(climate crisis)를 넘어 기후 응급상황(climate emergency)을 마주하고 있다. 문명 시작 이후, 인간은 자본주의 아래 생태 파괴와 자연을 착취를 통해 자본을 축적하고 있다. 산업혁명으로 영국은 직물 공업 발전과 함께 과도한 석탄 사용은 스모그와 같은 대기오염을 발생시켰다. ‘런던 스모그’를 시작으로 한 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공장과, 자동차 등은 생태 파괴를 가속화했다.  생태마르크스주의(Eco-Marxism), 생태사회주의(Eco-socialism) 등 자본주의 시스템과 그것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을 공유하는 비판들 속에서 에코페미니즘(ecofeminisn)은 자연 지배, 자본주의 폐헤,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의 문제, 인종차별, 성소수자 차별 문제, 동물 권리 등 다양한 사회정치적 사안들과 가부장제 사이의 연결 관계를 포착하면서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이론과 실천 틀을 마련하고자 한다(황주영, 2016)(5). 대표적인 사회주의 에코페미니스트 마리아 미즈(Maria Miese, 1931~2023)는 궁극적으로 ‘타자’를 종속시키고 착취함으로써 살아남는 이분법적 태도를 경계 하면서(Miese, 1993)(6) 자연에 대한 억압과 여성에 대한 지배 사이의 유사성에 주목하며 생태제국주의를 비판했다.

(5) 황주영 (2016). 샌딜랜즈: 급진민주주의 정치학으로서의 에코페미니즘, <여/성이론>, 34, 161 – 174
 (6) Miese, M., Shiva, V., (1993). Ecofeminism. London: Zed Books. 손덕수, 이난아 (역) (2000). 에코페미니즘. 서울: 창작과 비평사

  에코페미니즘과 생태사회주의는 미즈의 『자급의 삶은 가능한가?(The Subsistence Perspective: Beyond the Globalised Economy)』 (1997),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여성, 자연, 식민지와 세계적 규모의 자본축적(Patriarchy and Accumulation on a World Scale)』 (1986) 등에서 잘 다루어지고 있다. 또한 에코 페미니즘 정치경제학과 깁슨-그레이엄의 『그따위 자본주의는 벌써 끝났다(The End of Capitalism)』(2006)의 여성주의 정치경제학과 낸시 프레이저(Nancy Fraser, 1947 ~ )의 『좌파의 길: 식인자본주의에 반대한다(Cannibal Capitalism)』도 에코페미니즘 이론 작업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4. 예술 국제교류 프로젝트 비즈니스 여행 양상


 COVID-19로 인간 활동이 멈추면서, 인간이 생태에 미치는 영향력이 시각적으로 강력하게 드러났다.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시행된 초기 봉쇄와 여행 제한 조치로 인해 산업 활동, 운송 및 전반적인 인간 이동이 일시적으로 감소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화석 연료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재생 에너지의 비중이 증가하는 등 에너지 사용 패턴에 변화가 생겼으며, 이러한 변화는 부분적으로 산업 활동의 감소와 소비자 행동의 변화로 인해 발생했다.

   인간의 활동이 멈추고, 도시가 텅 비워지자, 야생 동물들이 도시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인도 뉴델리에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이르기까지, 사슴과 여우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들이 먹이를 찾거나 놀기 위해 도시로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눈에 띄는 일시적 변화는 생물 다양성 및 생태계 보호를 목표로 하는 다양한 환경 활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일부 정부는 경제 회복과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해결하기 재생 에너지, 에너지 효율성 및 기타 친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등을 시도했다.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변화는 원격 근무의 증가와 출장 감소이다. 가상 회의에 대한 의존 등 여행 행태의 변화는 에너지 소비와 교통 관련 배출량의 패턴을 변화시키며, 항공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1) 코로나 이전의 작업 과정 

   국가 간 국가, 도시 간 도시의 이동은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많은 일들이 ‘현장’에서의 물리적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관심 있는 프로젝트가 열리는 곳을 찾아가 작업을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현지의 정보를 얻었다. 동종업계 작가들과 기관, 제작자, 큐레이터 등이 모이는 크고 작은 페스티벌이나 비엔날레 등의 행사를 찾아가는 것이 특히 중요했다. 무엇보다 두 눈으로 작업과 사람들을 봐야 했다.

    그러던 중 2019년 12월 코펜하겐에서 현대무용 공연을 올렸다. ‘나’는 프로젝트의 프로듀서였고, 한국과 덴마크의 작가 두 팀이 협업하여 현대무용 공연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이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국제예술공동기금 한국-덴마크 문화예술 교류 프로젝트’와 덴마크 궁정청 등의 기금으로 진행 되었는데, 2018년 리서치 과정을 거쳐 2022년 서울 공연으로 마무리된 약 5년여의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는 2018년 덴마크의 한 콘퍼런스에 참가한 한국 작가의 강의에 참석한 덴마크 작가가 인사를 전하면서 시작되었다. 여러 기금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한국과 덴마크를 오가며 협업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두 작가의 협업은 프로토타입 제작, 재료 테스트, 리허설, 오디션 등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는 작업 과정이 필요했고, 총 5차례, 3~6주 기간으로 두 도시를 오가며 작업이 진행되었다. 


2) 코로나 동안의 작업 과정  

   코로나의 장기화를 예상하지 못했던 2020년 초에도 문화예술 프로젝트는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고 주변 모두 강제-반강제로 쉬어야했다. 예정되어 있던 전시, 공연, 행사 등은 모두 취소되었다. 코로나가 해를 넘기면서 강력한 봉쇄 조치가 취해졌던 유럽, 북미 등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돌아오고, 서울은 귀국한 작가들과 창작자들이 모이는 장소, 또 다른 ‘현장’이 되었다.   이 때 리버풀에서 서울로 돌아온 정화영을 만나면서, ‘한국국제교류재단(KF)-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 한-영 협업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국문 화원(British Council)의 기후 위기’ 기금을 준비하며 ‘즐거운 곤란(Joyful Trouble)’이 시작 되었다. 6개월 동안 격주 1회 등 비정기적 오프라인 미팅을 통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기금에는 떨어졌고, 6개월의 작업물은 다음 단계의 초석이 되었다. 

  정화영은 2021년 말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면서 또 다른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온라인 작업 단계에 들어간다. 1년 동안 온라인 워크숍을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2022년 한국과 영국 모두 비대면 업무 환경으로 온라인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다시 1년여의 준비 후에, 2022년 12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공예술사업’ 기금에 선정된다.  


3) 코로나 이후의 작업 과정  

 이 프로젝트는 ‘저탄소’ 제작 환경을 지향하면서, 작업 과정 내 최소한의 탄소 배출을 목표로 했다. 비행기 이동 역시 최소한으로 고려되었다. 이는 개별 프로젝트의 목표이면서, 코로나로 마주한 생태 위기 속 실천이었다.  2023년 한국은 마스크도 쓰지 않는 대면 업무 환경으로 전환이 되었다. 2년여의 준비 단계를 지난 실행 단계에서, 한국과 영국의 물리적 이동 없이 하이브리드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2022년과는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모두가 비대면 생활 환경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일상생활은 돌아왔지만, 항공 운송을 통한 이동은 지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는 서울과 파주를 거점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형태로 진행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12번의 연구모임, 4번의 공공이벤트, 1번의 페스티벌, 2번의 웹진 등의 업무를 가지고 진행되었다. 공공이벤트를 진행할 때, 영국의 작가는 화상 회의 화면으로 참여하거나, 영상 기록물 등을 공유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4) 국제 예술 프로젝트와 이동성  

   2023년에는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는데, 모두가 온라인으로 만날 때와, 팀원 중 일부만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볼 수 없는 것은 다른 층위의 문제였다. 직접 만나지 않고 화면 너머로만 대화하며 비언어적인 표현과 감정들은 키보드 너머로 흩어졌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더 자주 온라인 미팅을 진행했다. 하지만 대화보다는 진행 상황 확인이 온라인 미팅의 주요 내용이 되었고, 촉박한 일정 안에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프로젝트의 피로도는 높아져갔다. 

   19년 째 매년 가을 열리는 ‘서울아트마켓(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은 아시아 최대 국제 공연예술 플랫폼으로 한국공연예술의 지속가능한 유통과 해외진출 활성화를 도모한다. 특히, 국내외 공연예술 동향 정보를 제공하는 등 한국 공연예술에서 국제교류의 주요 행사로 손꼽힌다.

   COVID-19의 펜데믹 첫 해, 2020년 서울아트마켓은 국제교류 네트워크들의 연대를 도모하기 위해 국제 이동성 플랫폼 어셈블리(Assembly)를 개최했다. 펜데믹 기간으로 예술이 어떻게 지속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공연의 디지털화(Digitalisation), 디지털-피지컬 혼합 제작(Digital & Physical hybrid production)등 제작 및 발표 양식에 대한 논의도 있겠지만, 코로나 이후 국제교류 프로젝트의 특징을 기후 위기와 예술과 환경의 관계성을 다시 재고하는 측면에서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최석규, 2020)(7). 먼저 물리적 이동이 당연했던 예술 국제교류 프로젝트가 이동 없이 어떻게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7) 최석규 (2020). 미래를 위한 국제교류, 국제이동성 담론과 새로운 표준, <예술경영>, 496

  먼저 어셈블리의 참가자들은 이동의 형태로 ‘딥 모빌리티(Deep Mobility)’와 ‘그린 모빌리티(Green Mobility)’를 고민한다. 딥 모빌리티는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적 차원을 아우르는 전체 이동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포함한다. 전기 및 자율 주행 차량과 같이 깨끗하고 효율적인 기술의 발전, 걷기, 자전거 타기, 대중교통 이용과 같은 대안을 통한 여행 행동의 변화 장려 등이 포함 될 수 있다. 

 그린 모빌리티는 여행과 출퇴근 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환경 친화적인 교통 수단을 강조한다. 전기 자동차, 자전거, 도보 등 배기가스 배출량이 적거나 없는 교통수단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교통수단에 재생 에너지원 사용을 장려하면서 교통 시스템의 설계 및 운영에서 에너지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이동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영국 리버풀의 한 문화예술 단체는 일 년에 한 번만 출장 목적으로 비행기를 탈 수 있으며, 회의를 통해 그 일정과 기간 등을 전체 팀원이 조율 하는 등 실천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살펴본 작업 과정에서 짐작 할 수 있듯이, 예술가 간의 교류와 이동성은 필수적이다(최석규, 2020). ‘어셈블리’의 논의에서 예술가들은 “단기 이동과 국가 간 이동 횟수를 줄이는 대신 체류 기간을 늘리는 방식”등으로 환경 파괴를 최소화 하면서 교류와 이동을 이루어내는 방법을 고안 하고 있다. 


4. 대안의 상상을 향하여  


   코로나 이전의 작업 환경처럼, 일단은 비행기를 타고 더 자주 만나야 하는 걸까?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고, 또 다른 국제 교류 작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 구체적으로는 최소한의 비행 이동을 하지 않으면서, 협업할 방법을 고민했지만, 대안의 연결을 위한 상상력이 부족했다.

  생태사회주의는 생태적, 사회적 관심사를 통합하고자 하는 이념으로서 생태적 지속 가능성 및 사회 정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항공 여행의 미래를 평가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할 수 있다. 생태사회주의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인간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소비와 과도한 자원 사용을 비판하는 사회생태주의는 코로나19 이후의 항공 여행 패러다임의 출장 수요를 재평가하고, 불필요한 비행을 줄이고, 가상 커뮤니케이션 대안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사회생태주의의 이론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다.  

 항공 여행 산업은 탄소 배출에 크게 기여하는 산업으로, 생태사회주의 기치 아래 항공 여행 산업은 연료 효율성이 높은 항공기에 대한 투자,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 탐색, 탄소 상쇄 이니셔티브 지원 등 항공 여행의 환경 발자국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생태사회주의는 사회 정의와 자연 정의등 형평성에 관심을 기울인다. 항공 여행 패러다임은 항공 여행에 대한 접근이 공평한지 여부를 고려하여 생태사회주의적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에는 항공료의 경제성, 소외된 지역사회의 접근성, 항공 여행의 부정적인 사회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과 같은 요소를 검토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 

   미즈는 오로지 ‘생산적인’ 일만이 노동이며, 성장 없으면 개발도 없어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되고 붕괴 될 것이라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제한적인 지구에서 모두를 위한 인간적인 사회와 경제를 계속 옹호하고자 한다면, 파괴적인 패러다임을 거부하고 대안을 찾아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말 한다(Miese, 1997). 파괴적인 패러다임의 대안은 무엇이 되는 걸까? 다시 비행기 타기를 멈추고, 온라인의 기술에 기대어 작업을 해야 하는 걸까? 미즈의 논의를 필두로 한 2010년대 독일의 탈성장 담론은 성장의 거부가 아닌 ‘다른’ 성장으로 보고 있다(안숙영, 2022). 

  나아가 프레이저는 탈성장 담론이 결과적으로 자본주의 권력과 대결할 수밖에 없으며 생태-사회 변혁을 위한 대항 프로젝트로도 발전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비인간 자연, 공적 권력, 수탈, 사회적 재생산을 포함하여 ‘확대 인식된 자본주의 사회’를 통해 ‘어떻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가’이이며, 프레이져는 ‘반자본주의적’ 대항헤게모니 블록을 ‘생태사회주의(Eco-Socialism)’라 부르고 있다(Fraser, 2022)(8). 

(8) Fraser, N., (2020). Canibal Capitalism, New York: Verso. 장석준 (2023) (역). 좌파의 길: 식인자본주의에 반대한다, 파주: 서해문집

   이 글을 통해서 연구의 사례가 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마음속에 꼬리를 물었던 “이동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일을 해야하지?” 질문에 답을 찾는 일은 더 나아가서는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원론적인 질문에 닿는 일이었다.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에코페미니즘 관점에서 자본주의와 자연의 착취 관계를 연결할 때 기후위기라는 거대 담론 앞에 ‘차이’와 ‘구별’ 앞에 무력해지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나’는 프레이저의 ‘생태사회주의’에서 대안을 상상해 보기로 했다. 프레이저는 주변을 폭넓게 인식하고, 자본주의 담론 밖에 있던 – 혹은 착취의 대상이던 -  배경조건들을 모두 확대 인식된 자본주의 사회로 포함하여 긴장과 시너지를 통해 ‘환경주의를 넘어서는 정치적 지향과 비판 세력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 한다(Fraser, 2022)(9).

(9) Fraser, N., (2020). Canibal Capitalism, New York: Verso. 장석준 (2023) (역). 좌파의 길: 식인자본주의에 반대한다, 파주: 서해문집 

  COVID-19 이후 생태계 담론 안에서, ‘나’는 예술 국제교류 프로젝트를 위해 비행기를 ‘타거나-타지 않’거나, ‘자연을 착취하거나- 착취를 모른척’하듯이 이원론적인 상상력을 벗어나고 프레이저와 미즈의 이끔처럼 ‘자본축적을 위해 전세계 인간과 자원의 통제에 기반을 두는 새로운 세계질서가 대두함에 따라 점점 비가시화되는 ‘다른’ 전지구적 과정들을 가시화 하여 ‘인간 사회와 비인간 자연의 관계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

​즐거운 곤란

Joyful Trouble

생명다양성을 위한 게임 페스티벌

즐거운 곤란(Joyful Trouble)은 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공예술사업 선정 프로젝트로 우리가 마주한 기후위기의 곤란함 안에서 즐겁게 함께하는 방법을 찾는 공공예술 프로젝트입니다. 도시의 생명다양성을 큰 주제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묻고, 움직이고, 상상하며 ‘보드게임’과 ‘놀이’라는 즐거움으로 풀어냅니다. 놀이와 게임은 접근성이 높은 문화적 산물로 기후위기의 곤란함을 해결하며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고리가 됩니다.

Joyful Trouble is a Arts Council Korea funded public art project exploring how to stay with the troubles of the climate crisis through collective joy. Examining the biodiversity in the city we live in, we collaborated with people from many fields to ask, move, dream how to thrive together by playing games. Play and games are highly accessible cultural activity that creates a magic circle to interrogate collective solutions to the climate emergency with a broad range of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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